이 날은 홋카이도 여행 2일차의 기록을 담은 글이다. 콘서트가 있었기에 이 날이 메인이었고, 2박 3일이라는 짧은 여행 중에 하루 종일 일본에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콘서트 회장 내부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회장 내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이날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본다.
이른 아침
여행에 오면 일정을 꽉꽉 채우기 위해 밤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잠들고 아침 일찍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 참 힘들다. 평소에는 8시간을 자도 졸린 몸이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조금만 자도 멀쩡한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6시 30분에 기상했지만 일행들이 전부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 데에는 한 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들 계획을 짤 때 아침은 대충 먹기로 하자고 의견이 모였기 때문에 그냥 역 주변에 있는 돈부리 집에 들리기로 했다. 원래 후보에는 요시노야도 있었는데 거기는 완전 1인석밖에 없는 좁은 곳이어서 옆에 있는 나카우로 향했다. 사실 이런 곳에 있는 돈부리는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라 별다를 감상은 없었다.
회장으로
원래 회장으로 향하기 전에 오도리 공원을 조금 구경하고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살짝 늦어진 감도 있었고 9시부터 굿즈 판매가 있었기에 오도리 공원 구경은 밤에 하기로 하고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바로 회장으로 가기로 했다.
줄을 서니 안내하는 분께서 카탈로그와 연필을 나눠 주시고 카탈로그에 구매하고 싶은 물건 옆에 수량을 적어 제출해 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9시가 되고 굿즈 판매처로 가는 문이 열리고 내부로 이동했다. 내부에도 줄이 상당히 길어서 한 시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세트리스트에 있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곳곳에 역대 매지컬미라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노보리가 세워져 있었다.
기다리는 사이에 품절이 되었다고 안내받은 상품들도 몇 개 있었다.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품절이 됐다는 건 인기가 많은 건지 재고가 없는 건지 아니면 사실 우리가 늦게 온 건지...
레지 옆에는 판매 중인 굿즈를 구경할 수 있도록 모든 굿즈를 배치해 놨다. 티셔츠는 나름 작지 않아 보였는데 전부 S 사이즈였다.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 있는 작은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나름 크게 들렸는데 저 작은 스피커에서 판매처 내부 어디서든 노래가 들릴 정도로 나오고 있었다는 게 좀 신기했다.
내 구매 순번이 왔고 카탈로그를 제출했는 데 나도 구매하고자 한 상품 중 한 두 개는 이미 품절되었다는 안내를 받았었다. 특히 M 사이즈 티셔츠가 품절되었다는 안내를 듣고 한 개는 L 사이즈로 구매했는데 살짝 컸었다.
구매한 굿즈는 티셔츠, 백, 태피스트리, 펜 라이트, 아크릴 키링.
일행들과 함께 근처 카페로 이동해서 잠시 숨을 돌리기로 했다. 주변에도 매지컬 미라이 굿즈를 들고 착석한 사람들이 많았다. 카페가 건물 안에 있었던 건지 바로 옆 건물에 있었던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바로 근처에 있는 카페여서 사람들이 이 카페에도 좀 들렀던 것 같다.
커피 맛에는 나름 까다롭다고 생각하는데 이 커피는 맛있었다.
회장 내부 구경
회장 내부에는 미쿠 피규어와 일러스트 등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자유롭게 구경하고 촬영해도 되는 분위기였고 내부에서는 안내하시는 분이 줄을 서가면서 구경할 필요는 없고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구경해도 된다고 했는데 일본인들 특성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줄을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매지컬 미라이 2022 디자인의 미쿠가 반겨 주고 있었다. 올해는 2023년이지만 이번 행사는 매지컬 미라이 2022이고, 삿포로에서는 눈축제 일정과 맞추기 위해 도쿄나 오사카에서 열었던 매지컬 미라이보다 살짝 늦게 개최하느라 2023년에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피규어를 찍어서 미술을 전공한 친구한테 보내 주니 디자인이 너무 난잡해서 별로라는 평을 들었다. 내 눈에는 이쁘기만 했는데...
회장 한 켠에는 다양한 미쿠 일러스트들이 서 있었다. 여기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남성 분께서 한국에서 왔냐고 말을 걸어 오셨다. 일본 분이셨는데, 한국어를 사용하는 업계에서 근무하고 계셔서 한국어를 나름 할 줄 안다고 하셨다. 상당히 한국어를 잘 하셔서 놀라웠다.
일본 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시유나 유니 등에 대해서도 물어보시는 등 상당히 이쪽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이 일러스트를 그린 사람들 중에서도 한국인이 있다고도 알려 주시고, 외국에서도 미쿠 콘서트를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는 둥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일러스트 앞으로 이동하게 되니까 그 분도 이야기를 멈추고 사진을 찍어 가시는 데에 여념이 없으셨다.
천사란 무엇인가. 하츠네 미쿠, 그녀가 바로 천사다.
이 사진을 끝으로 콘서트를 즐기러 갔다.
콘서트 이후
콘서트는 감동 그 자체였다. 뭔가 외국인 티켓이 SS석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격리된 곳에 배정받은 느낌이 있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첫 콘서트라서 그런 건 잘 모르고 그냥 즐기기에 바빴다.
회장에서는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는데, 스태프가 어떤 사람이 사진을 찍는 걸 보고 다가가서 사진을 삭제하는 걸 두 눈으로 본 뒤에 다시 사라졌었다.
관객들이 펜 라이트를 곡의 박자에 맞춰 다양하게 흔들면서 관람하는 게 관객이 만드는 콘서트라는 느낌도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펜 라이트를 하나만 샀다는 것. 다들 이런 콘서트를 와 본 적이 없어서 펜 라이트는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겠지 싶어서 하나만 구매했는데, 고수(?)들은 펜 라이트를 두 개, 혹은 그 이상을 들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특히 펜 라이트가 두 개 이상 필요한 응원법(?)도 있었다. 뱀파이어에서는 초록색과 빨간색을 하나씩 들고 있다든지, Blessing에서는 팔을 흔드는 안무에 맞춰 펜 라이트를 흔들다 보니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게 좋아 보였다든지... 다른 자리에 앉았던 일행들의 말로는 앞 자리에 있는 사람은 Blessing이 나올 때 다양한 색상의 펜 라이트를 울버린처럼 끼고 있었다는 목격담도 들었다.
이후에는 오타루로 이동했다. 오타루에는 매지컬 미라이는 아니었고 유키미쿠 행사장이 있었다.
여기서도 굿즈를 몇 개 구매했다. 또, 넨도로이드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뽑기를 뽑아서 당첨된 사람에게만 구매권이 주어지는 형태였다. 일행이 단체로 뽑았으나 4명 전부 꽝을 뽑아서 아쉽게 넨도로이드는 구매하지 못했다.
SONY 부스도 있었는데, 미쿠와 콜라보한 디자인의 워크맨과 헤드폰을 판매하고 있었다. 워크맨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WH-1000XM5는 원래부터 사고 싶었는데 이참에 살까 싶었지만 6만 엔이 넘는 가격에 뇌에 힘을 열심히 주고 참았다. 100명 한정으로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새겨 진 플레이트를 함께 준다고 했는데, 39번째 구매자는 운이 참 좋겠구나 싶었다. 회장에 나와 보니 WH-1000XM4 미쿠 콜라보 디자인의 헤드폰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봤으니 나중에 헤드폰 신작이 나오면 그때 또 하겠구나 싶었다.
저녁을 먹으러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녁은 스스키노 주변의 징기스칸 집이었다. 오타루에서 스스키노로 와서 계획을 짜면서 알아 봤던 식당은 전부 만석, 빈 자리가 있는 곳을 어떻게 발견했다 싶었는데 거기는 예약제.
전날과는 다르게 눈축제가 시작한 타이밍이라서 사람이 정말 붐볐기 때문일까, 식당 하나 제대로 들어가기 힘들었다. 어떻게 해서 그 주변의 징기스칸 집을 살펴 본 결과, 다행히도 테이블이 딱 한 곳 비는 곳으로 오는 데에 성공했다.
들어갈 때 안내받으면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하니까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직원이 있다면서 그쪽으로 보내 드리겠다고 하더니 끝날 때까지 그 분을 볼 수 있었던 건 딱 한 번 밖에 없었다. 고기의 맛은 괜찮았으나 술은 별로였다.
첫 주문에는 드링크를 필수로 주문해 달라고 했었는데 맛이 없는 드링크를 한 번이라도 팔아먹기 위한 수단이었던 걸까...
스스키노의 얼음 조각상
스스키노에는 오도리 공원과는 다른 느낌으로, 얼음 조각상이 늘어서 있었다. 바로 옆 오도리 공원에는 얼음이 아니라 눈 조각상이, 여기에는 얼음 조각상이. 컨셉이 겹치지 않아 보는 맛이 있었다.
얘네는 산 채로 얼어진 거였을까 궁금했다.
오도리 공원의 눈 조각상
스스키노 바로 옆에 있는 오도리 공원에는 눈 조각상들이 많았다. 오도리 공원이 워낙 커서 그런지, 정말 많은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었다.
유키미쿠 조각상도 있었다. 그정도인가...? 싶었는데, 매 시 25분과 55분에 노래가 나오면서...
이렇게 색이 입혀지니 정말 이쁘더라. 사람들이 다들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노래는 이번 유키미쿠 테마 곡인 마라시의 SnowMix♪였다. 마라시가 뽑은 미쿠 곡들이 대부분 그저 그랬는데 이번에는 진짜 잘 뽑았다 싶었다. 특히 매지컬 미라이도 삿포로에서 했던 공연이라 그런지 동일 콘서트의 도쿄/오사카 세트리스트와는 다르게 이 노래도 들어가 있었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조각상들이 있었다. 이외에도 스파이 패밀리의 아냐, 체인소 맨의 포치타,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디자인한 조각상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걸음 수 결산
열심히 돌아다닌 거 치고는 걸음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줄을 서는 시간도 많았고 전철을 타고 오타루로 왔다갔다 한 시간 등을 빼면 시간 당 걸음 수는 그렇게 적지 않지는 않나 싶기도 하다.
특히 삿포로는 눈이 많이 내렸었는데 일반 신발을 신고 있어서 발바닥도 많이 차갑고 바닥이 미끄러워서 같은 걸음 수를 걸어도 삿포로에서 걸어다니는 게 좀 더 힘들었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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