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마지막 날. 3시 비행기라 별로 못 돌아다닐 줄 알았는데 나름 알차게 돌아다닌 날이었다.
다시 오도리 공원으로
오도리 공원에 유키미쿠 판매 부스가 있어서 들렀다. 9시에 판매 시작인 줄 알고 8시 20분쯤에 왔는데 줄이 엄청 서있었다. 부스가 작아서 부스 주변에 줄을 ㄱ자로 꺾어서 섰기 때문에 앞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100명은 있었던 것 같다.
9시 판매인 줄 알았는데 하도 시작을 안 하길래 다시 알아보니까 10시 시작이더라. 1시간동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8시 20분에 이만큼 사람이 모였는데 9시가 아니라 10시에 물판이 시작이라는 사실에 놀라웠다. 물판이 시작할 때 즈음에는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다섯 배 정도가 내 뒤에 있었다.
전날 회장 내부에서 물판 줄을 섰을 때보다 더 힘들었던 건 야외에서 줄을 섰기 때문에 발이 많이 시려웠다는 점. 손목에 시계는 있지만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기가 싫어서 그냥 옆에 있는 TV 타워의 시계를 계속 쳐다봤다.
어제 봤던 그 유키미쿠. 밝을 때 다시 한번 보고 사진에 담기로 했다. 여기에 프로젝터나 비슷한 걸로 색을 입혀서 노래를 틀어 줬던 것이었다.
니조 시장
아침을 먹기로 한 곳은 니조 시장(二条市場). 일본인들이 해산물도 좋아하고 날것으로도 많이 즐기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홋카이도에서 특히 카이센이 유명하다고 해서 굳이 들리기로 했다.
들어가기 전부터 주변에서 해산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해산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딱 싫어할 것 같은 냄새였다.
유명한 것은 털게와 카이센동이라 했는데, 우리는 카이센동을 먹기로 했다. 카이센동을 파는 곳으로 알아본 곳은 다이이치 카이센마루(第一海鮮丸)와 오이소(大磯). 가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공교롭게도 두 곳이 한 블럭을 너머서 마주보고 있는 형태였다.
오이소는 번호표를 뽑아주는 형태였고 다이이치 카이센마루는 그냥 줄을 서는 곳이었는데, 사람은 오이소에 많은 것 같아서 그냥 다이이치 카이센마루에서 먹기로 했다. 여기서도 엄청나게 기다렸던 것 같다. 메뉴를 고르는데, 메뉴판에 메뉴는 정말 많이 적혀 있었지만 시기에 따라 그날그날 주문 가능한 메뉴가 달랐던 것 같다. 그래도 거의 대부분은 주문이 가능해서 선택의 폭은 좁지 않았다.
내가 주문한 것은 칠색동이었다. 원래 다들 삼색동(三色丼)을 먹기로 했는데, 나는 몇백 엔 더 보태서 칠색동을 먹기로 했다. 그러더니 일행도 다들 칠색동으로 메뉴를 바꿨다. 한 명은 새우 알러지가 있어서 그대로 삼색동을 먹기로 했다.
칠색동의 구성은 모란새우, 성게, 게, 연어알, 주도로, 북방대합(ホッキ貝), 전복...이었으나, 전복이 없다고 해서 가리비로 바꿔 준다고 하시더라. 이번 여행에서 나름 통역 역할을 맡았지만 해산물 이름에는 자신이 없어서 뭔가 말하려고 우리 쪽으로 오실 때 살짝 두려웠는데, 그래도 어떻게 アワビ와 ホタテ 정도는 아는 단어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삼색동은 게와 성게, 연어알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각각의 양은 더 많이 있었다. 간단하지만 딱 코어 메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가장 잘 팔리는 메뉴라고 했다.
해산물을 나름 먹는 편이지만 이번에 먹어본 카이센동은 차원이 달랐다. 정말 맛있었고, 특히 연어알은 처음 먹어 보는데 연어알만 올려서 덮밥을 만들어 먹는 이쿠라동이라는 메뉴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진짜 맛있었다. 같이 온 일행들도 다들 맛있다고 호평 일색이었다. 기다린 만큼의 보람이 있는 메뉴였다.
나올 때, 계산하면서 이렇게 맛있는 해산물은 진짜 오랜만에 먹는다고 하니까 가게 주인 분이 정말 좋아하시더라.
여담으로, 주문할 때 칠색동은 なないろどん이라고 하려는데, 삼색동은 さんしょくどん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뭔가 다르게 읽는 방법이 있는지 한참 고민했는데, 그냥 번호로 주문 받으시더라... 1번 하나에 8번 세 개라고 말하고 주문했다.
바로 공항으로
아침을 먹는다는 게 대기만 두 번 하다 보니 점심 시간에 먹게 돼서 시간이 살짝 촉박했다. 바로 신치토세 공항으로 다시 가기로 했다. 원래 일정에는 홋카이도 신궁이 있었는데, 시간도 없고 스킵해도 될 것 같아서 그냥 생략했다. 일본에 신사는 어디에나 있으니까...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리 있으랴. 공항에도 유키미쿠 스카이 타운이 있다고 해서 수하물을 부치고 바로 이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굿즈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나름 당연하게도 옆에는 가챠 기계도 있었다.
이곳은 뭔가 박물관의 한 곳처럼 꾸며놓은 곳의 입구였다.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초창기 유키미쿠의 넨도로이드부터,
최신 디자인의 넨도로이드까지. 쭉 전시되어 있었다.
참고로 이번 시즌(2022~23)의 디자인은 삿포로의 하늘을, 다음 겨울 시즌의 디자인은 먹거리를 모티프로 한 유키미쿠의 디자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적당히 구경과 굿즈 쇼핑을 마치고 나서는 비행기에 탑승.
그리고 어김없이 나를 반겨주는 한오환. 알찼지만 그래도 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아쉬움도 꽤 남았던 여행이었다.
걸음 수 결산
18시 이후의 것은 귀국하고 나서 걸은 것이니까 여행에서 걸었던 건 사실상 사진에 적힌 숫자보다 몇 천 걸음은 적게 생각해야 되겠지 싶다. 그래도 나름 많이 돌아다닌 여행이구나 싶었다.
사실 여행을 갈 때 다들 어떻게 할 지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들이어서 계획도 '이쯤이면 되지 않을까' 하면서 알차게 집어넣었던 계획인데, 지금보면 욕심이 그득한 여행 계획이었다. 돌아오면서 보니까 계획한 곳을 거의 다 들렀다는 게 기가 찰 정도로 2박 3일 여행 치고는 빽빽한 계획표였다. 스킵한 건 첫날의 삿포로 맥주 박물관과 마지막 날의 홋카이도 신궁 정도였다.
사실 뭔가 하나쯤은 더 버려야 할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운이 잘 따라 줘서 나름대로 계획했던 것들을 거의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들 이번 여행에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다음 여행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과 5월 5일 어린이날 사이에 3일 연차를 내서 도쿄로 다녀오지 않을까 싶다. 근데 그때는 일본도 골든 위크라서 비행기 값이 나름 비싸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오사카로 가면 진짜 본진이 바뀐다 급으로 한국인이 더 많을 것 같고,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도쿄에 가기로 했다.
근데 아직 표도 숙소도 구하진 않았다. 가게 된다면 5월 초에 가겠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그냥 가만히 있는 중이다. 요즘 엔화가 또 오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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