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플러스 알파를 마무리짓고 다시 돌아가는 날이다. 난바의 호텔에서는 하루만 묵고 다시 체크아웃하고, 어제의 친구를 다시 만나 간단하게 둘러보다 점심만 먹고 도쿄로 돌아간다.
간사이를 마무리하다
조식은 간단하게 호텔 내의 조식 뷔페에서 해결. 호텔의 조식 뷔페에선 반드시 좋아하는 음식이어도 소량만 집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튜브 따위를 보면 뷔페는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사이에 다시 돌아다니면서 새로 음식을 집는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로 제대로 먹기 위해 뷔페를 갔을 때의 얘기고, 어디까지나 호텔 조식이니까 반찬을 한 접시 집어와서 먹고 디저트 정도로 끝내는 게 제일 무난하지 싶다.
점심을 먹기 전에는 간단하게 덴덴타운을 돌았는데 딱히 사진찍을 건 없었다. 그냥 살짝 구경하고 나온 정도. 사실 점심을 언제 먹을지, 점심 먹고 시간이 얼마나 남을지 몰라서 살짝 일찍 벗어난 감이 있어서 구경할 시간도 많이 있지는 않았다.
이 간판을 보면서 느낀건데, 난바는 難波라고 한자로 옮겨 적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냥 가나로 なんば라고 적는 경우도 있어서 어떨 때 어떻게 쓰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당장 지하철 역의 전광판에도 가나로 적혀 있었고.
점심은 쿠시카츠로 정했다. 간사이에 살았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놀러 온 한국 사람들을 데려갔을 때 다들 만족했다는 가게를 추천해 줬다. 차음에는 폐점했다고 나왔길래 뭔가 했는데 가까운 곳으로 점포를 이전했던 모양이다.
먼저 쿠시카츠 인기 랭킹 TOP8을 각각 하나씩 주문. 1위부터 순서대로 새우, 소고기, 돼지고기, 반숙 메추리알, 닭고기, 연근, 양파, 모찌. 반숙 메추리알의 경우에는 어떻게 튀김으로 나오는 메추리알을 반숙으로 튀겼을까 싶었다. 튀김은 기름의 온도와 시간이 생명이라고는 들었는데...
흔히 쿠시카츠 하면 니도즈케(二度漬け, 두 번 찍기) 금지를 떠올리는데, 이 가게는 그냥 뿌려 먹는 소스가 비치되어 있었다. 이 가게를 소개해 준 사람에게 물어 보니 코로나 전까지는 무료로 니도즈케 금지 소스가 제공됐었다고 하는데, 메뉴판을 보니 해당 소스는 400엔에 판매되고 있었다.
도중에 소스를 시켜 봤는데, 대접에 소스가 담겨 나왔다. 2L 정도는 돼 보이는 양의 소스가 나왔는데, 니도즈케 금지니까 한번에 푹 찍어 먹으라고 이렇게 주나보다 싶어서 푹 찍어 먹으니 엄청 짰다. 결국 한 쪽 면만 전체적으로 묻혀 먹는 방식으로 먹었다. 쿠시카츠를 추가로 더 시켜서 소스도 꽤 많이 찍어 먹었다 싶었는데 별로 줄어들지 않은 걸 보면 버려질 소스가 살짝 아까웠다.
참고로, 주변 사람들이 고기류보다는 야채류를 기본적으로 꽤 시키길래 나도 버섯이나 아스파라거스같은 야채류를 좀 시켜 먹었다. 평소에 야채를 싫어하는 편도 아닌데 튀겨져 나오니까 더 맛있게 잘 먹었다. 친구놈은 내가 사준다니까 바움쿠헨이니 초코바나나 쿠시카츠같은 걸 시키고 앉아 있더라...근데 믿기지 않았지만 바움쿠헨은 실제로 잘 나가는 쿠시카츠 10위에 있었다. 궁금한 사람은 한 번 도전해 보시길.
난바 파크스 가든
점심을 먹고 시간이 남았길래 역 주변 쇼핑몰의 정원에 들렀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계속 있어서 도대체 어디까지 있나 했는데, 9층까지 있더라.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전망대 정도의 느낌은 아니더라도 탁 트이는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 산책 느낌으로 움직여서 그런지 나름 좋은 코스라고 생각했다. 친구와 함께 그냥 돈 많은 백수가 돼서 이런 곳에서 신선처럼 놀고 싶다고 얘기했다. 현대판 신선은 이런 백화점의 정원에 살겠지...
신칸센만 탔는데 어느새 맞이한 저녁
신오사카역에서 2시 언저리에 출발해서 저녁이 다 되어 갈 때 쯤 해서 도쿄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 세 번째 숙소는 오차노미즈의 호텔. 체크인 후 잠깐만 누워 쉬다가 바로 저녁을 먹으러 출발. 점심을 추천해 준 사람에게 아키하바라 주변에 있으면 라멘 닌자라는 곳에 가보라 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오차노미즈에서 라멘 닌자로 지도를 찍고 출발.
오차노미즈와 아키하바라는 한 역 차이라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라멘 닌자는 아키하바라 역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작은 가게였다. 그런데 문제는...
지로계였다는 것.
지로계 라멘은 한국에서도 괜찮다는 곳 한 곳을 가 봤지만 나랑은 정말 맞지 않아서 다시는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냥 추천해준 곳이라서 알아보지도 않고 가버려서 결국 이런 불상사가 생겼다. 간판부터 지로계 라멘의 이미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라멘이라고 적힌 건 나름 평범하지 않을까 했는데, 무려 기본 라멘이 이렇게 나왔다. 고기가 사진에 잘 찍히지는 않았지만 두툼하게 세 점 올라가 있었다. 기본 라멘조차 고기가 메인으로 느껴질 정도의 볼륨이었다. 그러나 지로계 라멘이 혈관에 막히는 것 같은 맛이 나는 건 익히 알고 있던 사실...어떻게든 다 먹었지만 두 번 다시, 아니 세 번 다시 지로계 라멘은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지로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숙소로 가기 위해 아키하바라 역을 먼저 들렀을 때, 아트레 주변이 홀로라이브 칸다마츠리로 인해 홀로라이브 소속 버추얼 유튜버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아키하바라 어딜 가든 홀로라이브 칸다마츠리 포스터가 붙어 있을 정도로 아키바는 지금 홀로라이브에 정복된 상태였다. 아니면 블루아카이브거나...붕괴 스타레일이거나...
마무리
4일차 결산
실패한 일정: 없음(일정이 없었음)
이날은 별 거 없는 날이었다. 제일 돌아다니기 좋은 오후 타임에 신칸센을 타고 돌아오는 걸로 세 시간을 썼으니... 그리고 슬슬 여행 4일차가 되니까 점점 지쳐서 하루 정도는 호텔에 누워서 요양하는 게 좋다고 판단해서 딱 중간 시점인 이날은 그냥 밥만 먹고 누워서 쉬었다. 신칸센에서도 쉬고, 호텔에서도 쉬고.
다음날부터 이틀은 일본인 지인을 만나 돌아다니는 날이다. 결국 다음날도 일정은 지인들에게 맡겨 딱히 이렇다할 일정은 없는 상태. 아까부터 계속 실패한 일정이 없는 건 일정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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