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제대로 된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바로 '봇치 더 락!' 성지순례를 하는 날. 작중 에노시마는 겨우 한 화밖에 나오지 않지만 에노시마에 갔다가, 주 무대 배경이 되는 시모키타자와로 향할 예정이다.
에노시마로 향하다
이날은 일정이 좀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에노시마를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숙소가 있는 오챠노미즈와 전철로 약 한 시간 떨어져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이날은 교통편으로만 시간을 꽤 소비하게 될 것 같아 출발을 빨리 하기로 했다.
출발한지 한 시간 좀 덜 지났을까, 목적지인 카타세에노시마역에 도착했다.
카타세에노시마역은 그 경관도 특별하게 생겼다. 여기서 에노시마로 들어가려면 약 1km정도 더 걸어야 한다.
가는 중에 후지산이 정말 선명하게 보여서 여러 장 담아 한 장을 골랐다. 후지산은 정말 한 폭의 그림같았다. 일본인들이 왜 후지산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요전의 신칸센에서 나를 건드리며 후지산이 보인다고 하던 인도 친구도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작중에서도 언급되는 타코 센베이. 인터넷 따위로 알아보지 않고 순수히 애니메이션에서 얻은 정보로 말하면 아마 1톤의 힘으로 문어를 눌러 만드는 센베이라고 했었다. 맛은 그럭저럭 맛있었다. 눈 감고 먹어도 이거 문어인가 싶을 정도로 잘 만든 센베이라고 느껴졌다.
에노시마 신사에 도착했다. 이날 사람이 정말 많았다. 여행 목적이라면 이런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이 좋겠지만...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성지순례였기 때문에 작중에서 그러하듯이 나 역시 에노시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등반했다.
그렇게 도착한 에노시마 시 캔들...압도적인 숫자의 웨이팅이 보이는가. 그냥 전망대라서 회전율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0분은 넘게 기다렸던 것 같다. 주변 카페에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옆자리 아이가 눈에 들어왔는데, 스마트폰으로 작혼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망대에서 위로 나가니까 바람이 엄청 심했다. 그래도 오사카에서 갔던 우메다 공중정원보다는 덜 무서웠다.
에노시마도 이전에 갔던 도톤보리 급으로 사람이 엄청 많았다.
점심은 시라스동. 원래 시라스동을 먹으려 했는데 이쿠라랑 같이 나오는 메뉴가 있길래 시켰다. 분명 맛있는 카이센동인데 홋카이도에서 3시간 기다려서 먹은 그 카이센동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 일본의 카이센동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는지 그자리에서 그렇게 만족하진 못했다. 돌아와서 여행을 정리해 보니 '맛있는 곳이긴 했다'라는 느낌이었고...
악기를 위해 마치다로
그렇게 약간 늦게 점심을 먹고, 단순히 베이스를 위해 마치다로 갔다. 원하는 베이스의 매물을 디지마트에서 검색해 보고 있다고 나온 곳이 마치다랑 츠쿠바였는데, 여행 경로 상 마치다가 좋을 것 같아서 마치다로 갔다.
마치다 역도 꽤 넓었다. 출구로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알고 보니 출구로 나오지 않고 역과 연결된 백화점으로 가면 됐었다.
쿠로사와 악기 마치다 점에 도착. 찾고 있던 베이스가 있었다. 점원 분께 외국에서 왔다면서 여기서 구매하고싶다고 말하니 대응을 정말 친절하게 해주셨다.
직원분도 외국에서 온 사람에게 대응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이것저것 알아봐 주시던데, 덕분에 성공적으로 면세도 받아 9만엔 대에 구입했다. 원래 할부로 하려고 했는데 일시불로 하냐는 말을 못 알아 듣고 그냥 앵무새처럼 하이만 반복하다가 일시불로 결제돼 버렸다.
9만엔을 구매하니까 무슨 응모권을 준다면서, 응모권 최대 매수인 20장을 주더라. 나랑은 상관 없는 뽑기였지만 그냥 심심해서 지하로 가서 뽑아 봤는데, 19번이 참가상이었고 1번이 4등상이더라. 4등상은 무슨 한 달 내로 오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쿠폰이었는데, 일본도 한 달 내로 다시 안 올 것 같은데 여길 다시 올까...싶으면서 그냥 참가상으로 사탕이랑 휴지만 쓸어담아 왔다.
시모키타자와로
마치다에서 베이스도 구입했으니 이제 시모키타자와로. 여기에 음악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데 얼떨결에 나도 등에 베이스를 맨 채로 돌아다니는, 음악하는 사람(합주 경험 없음)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성지순례에 왔으니 꼭 들려야 하는 라이브 하우스. 물론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사진만 찍기 위해 왔지만...봇치 더 락이 크게 유행해서 그런지 나처럼 성지순례를 겸해서 SHELTER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일본어랑 외국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 있더라. 사진만 찍으러 온 사람들은 계단 안으로 와서 찍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이 사진을 찍고 나서 며칠 뒤에 봇치 더 락 공식 트위터에서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민폐가 되는 행위는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트윗이 올라왔었다.
시모키타자와로 성지순례를 간 썰을 풀던 유튜브에서 이곳이 스프 카레가 유명한 곳이라고 하길래 나도 저녁은 스프 카레를 먹기로 했다. 스프 카레는 홋카이도에서 먹었을 때에도 상당히 만족감이 높았던 메뉴이기 때문에 음식 자체에 대한 신뢰도도 있었고, 역시 맛있었다.
캡슐 호텔에 묵다
일본에 오면 하루쯤은 꼭 캡슐 호텔에 묵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마지막 날은 일부러 캡슐 호텔로 예약했다. 전날 묵었던 호텔을 하루 더 예약할 수 있었는데, 그냥 굳이 이렇게 했다. 사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도쿄에 갔을 때에도 캡슐 호텔에 하루 정도 묵고 싶었는데 일정 상 그게 안 됐어서 더 아쉬웠던 것도 있는 것 같다.
캡슐 호텔도 내가 시설이 좋은 곳을 고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꽤 괜찮았다. 나름 건물 내에 카페같은 쉼터도 있었고. 화장실과 씻는 곳이 전부 공용이라는 점은 누구에게는 큰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호불호는 클 것 같은 유형의 숙박 업소긴 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짐을 맡기는 것도, 공용 락커를 쓰는 것도 좀 불편했고...그래도 있을 건 다 있었다.
정작 자는 곳에서는 내가 침대를 그렇게 넓게 쓰는 편도 아니고 아늑한 걸 좋아하는 편이다 보니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처음에 누웠을 때에는 2층으로 된 캡슐에서 내가 1층에 누워갖고 이거 설마 2층에서 사람 떨어지는건 아니겠지? 하는 2층 침대의 막연한 불안함같은 게 있었는데, 피곤하니까 그런 생각도 할 틈이 없이 그냥 자게 되더라. 물론 그냥 호텔만큼은 못하지만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 자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름 괜찮았다.
마무리
7일차 결산
실패한 일정: 없음
에노시마도 시모키타자와도 놓치지 않았고, 전날 즉흥적으로 계획에 넣어 버린 마치다에 가서 베이스를 사오는 일정도 아주 성공적으로 소화해 내었다.
다음 날은 귀국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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